보험사 유동성 위험 비상...신평사들 리스크 전수 조사 착수

입력 2022-12-01 17:00   수정 2022-12-02 09:28

이 기사는 12월 01일 17: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이 보험사를 대상으로 유동성 위험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연말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는 데다 2012년 세제 개편을 앞두고 판매한 저축성 보험의 만기 해약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신용평가사들은 기존 유동성 지표뿐만 아니라 운용 상품 비중과 영업현금흐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1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보험사 34곳을 대상으로 유동성 점검에 돌입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퇴직연금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를 대상으로 유동성 대응력을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기업평가는 보험사들의 RP 매도와 관련한 자금 수지 불균형을 조사 중이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보험사의 유동성 현황과 잠재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있다.

신평가들이 집중 점검에 나선 것은 보험사의 재무 안정성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들어 국내 34개 보험사 중 약 80%인 26개 사의 유동성 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의 유동성 비율은 2016년 12월 350%에서 지난 6월 말 198%로 하락했고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유동성 비율도 250%에서 182%로 주저앉았다. 보험사가 외부 차입 없이 정상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유동성을 가졌는지 측정하는 수지 차 비율도 2016년 이후 6년간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보험사의 상품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가입자들이 빠져나간 영향이다. 2012년 말 세제 개편 직전 공격적으로 판매한 저축성 보험이 올해 만기가 도래한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저축성 보험은 보험의 원래 기능인 위험 보상과 투자적 성격을 동시에 가진 상품으로, 만기 시 납입 보험료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비과세 혜택도 주어진다. 그러나 2013년 2월부터 정부가 세제 혜택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하자 보험사들은 직전 해 저축성 보험 상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가입자들은 만기 해약 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으로 갈아타고 있어 보험사의 자금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약 80%에 달하는 퇴직연금 상품의 만기가 연말에 집중돼 보험사는 이중고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가 주로 취급하는 DB형 상품은 1년마다 공시 이율을 재산정해 현재 2%대 금리가 적용된다. 보험업계는 예금 금리가 연 6%대로 치솟아 퇴직연금 시장의 자금이 대거 은행권으로 이동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자 정부는 지난달 보험사의 우량 채권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RP 매도나 은행으로부터 당좌차월 시행을 허용해주는 등 특별계정자산의 차입 한도를 풀어주기로 했다. 그런데도 퇴직연금 공시이율이 낮고 저축성 보험 만기 도래 규모가 큰 보험사는 일시적 현금 유출로 재무 건전성이 저하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자금 조달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9월 강원도 레고랜드의 ABCP 보증 미이행 사태가 촉발한 자금 시장 경색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전채 등 특수채, 은행채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 9월 자본성 증권을 발행한 ABL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생명보험 모두 6% 이상의 금리를 제시했으나 90% 이상이 미매각 사태를 빚었다. 코리안리재보험도 지난 10월 6.7%의 금리와 뭘 이자 지급 조건으로 공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1000억원 중 750억원이 미매각으로 남았다.

흥국증권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번복 사태 이후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 발행시장도 위축됐다. 내년 상환 시점이 도래하는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은 17건으로 총 4조4000억원에 이른다. 보험사들은 만기 시점 발행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비용이 증가하고 차환 불발 시 추가적인 유동성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시장 여건을 고려해 보험사들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비중을 두고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운용 자산 중 우량채의 비중과 보험료 중 안정적인 장기보험료의 비중 등을 통해 안정적 현금 유입이 가능한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2실 선임연구원은 "보험사의 현금유출이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고 보유 자산의 가치도 하락해 보험 산업 내 유동성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영업 현금흐름과 리스크 관리 수준을 중심으로 개별 회사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를 신용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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